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USDT)가 이탈리아 축구 명문 구단 유벤투스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약 11억 유로(한화 약 1조 6000억 원)의 현금 매수 제안을 했으나, 유벤투스 대주주인 아넬리 가문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이 제안이 즉각 거부됐다. 이 사건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막대한 자본을 확보한 ‘뉴 머니’가 전통 산업의 상징인 ‘올드 머니’의 지배 구조에 도전하다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 14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테더는 유벤투스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 NV)가 보유한 65.4%의 지분을 전량 수매하겠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전달했다. 테더가 제시한 주가는 2.66 유로로, 이는 유벤투스의 기업 가치를 약 11억 유로로 산정한 금액에 해당하며, 지난 금요일 밀라노 증시 종가 대비 약 21%의 프리미엄이 포함됐다.
제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테더는 구단 인수 이후 구단의 발전을 위해 10억 유로(약 1조 4500억 원)를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약속하며, 소액 주주들의 지분도 같은 가격으로 공개 매수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총 3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벤투스를 102년째 소유하고 있는 아넬리 가문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넬리 가문의 투자 지주회사인 엑소르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테더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고 전했다. 존 엘칸 엑소르 회장은 “유벤투스는 우리 가족의 역사이자 가치 그 자체”라며 “유벤투스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산업 왕조가 가상자산 기업의 자본 공격에 맞서 자존심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CEO는 이번 인수에 대해 단순한 투자로 국한되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평소 “유벤투스와 함께 자랐다”고 말하며 구단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테더는 이미 지난 2월부터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여 현재 11.5%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가 된 상태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시도가 테더의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테더는 USDT 운영을 통해 지난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 약 100억 달러를 추정할 정도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및 농업 등 실물 경제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다.
비록 인수 제안은 불발로 끝났지만, 두 주주 간의 긴장감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만장일치로 예상된다. 유벤투스가 현재 재정적 어려움과 성적 부진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자금을 확보한 2대 주주인 테더가 경영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유벤투스의 미래와 관련하여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