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J. 안토니 전 헤리티지재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차기 노동통계국(BLS) 국장으로 지명하면서 ‘자격 미달’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경제 지표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스탠 뷔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BLS를 신뢰할 수 있는 경험자이자 중립적인 인물로 이끌었으면 좋았겠지만, 안토니는 그 반대의 인물”이라며 “그의 경제관을 지지하는 사람도 그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TLR 애널리틱스의 필리파 던은 “세계가 미국의 경제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면, 자금을 빌려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조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LS 데이터의 신뢰성이 의심받게 되면 민간 데이터 수요가 급증하며 새로운 산업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BLS의 수장이 독단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하기란 어렵다고 경고하며 극단적인 해석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의 스티브 행크 교수는 “자료 수집과 보고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수장 교체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노골적인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고용보고서 발표 당시 노동시장 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타나자 BLS가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에리카 맥엔타퍼 전 BLS 국장은 통계 발표 후 몇 시간 만에 해임됐다.
안토니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를 위한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를 설계한 경제학자이며, 과거 BLS의 고용보고서를 ‘헛소리’라고 비난하며 폐지를 주장한 인물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 시절 BLS의 고용 증가 수치를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BLS 국장은 약 2000명의 직원이 주관하는 월간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총괄하며, 이러한 지표는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로 여겨진다.
안토니의 지명이 정식 임명을 위해서는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경제 지표의 신뢰성이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경제 정책과 통계 발표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뜨거운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