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시한 관세 정책이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과 트랜스애틀란틱 동맹국인 유럽연합(EU) 및 중국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두 측 간의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EU와 중국이 서로의 기초적인 문제들로 인해 신속한 관계 개선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카르스텐 니켈(Teneo 매니징 디렉터)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EU와 중국 간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가 어떻든 간에, EU와 중국은 강력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며 “특히 자동차와 클린 테크 분야에서 양측이 경쟁하기 때문에 생긴 경제적 충돌이 큰 장애물”이라고 설명하였다.
EU와 중국의 경제 관계는 복잡하며 역사적으로 무역과 관련된 조사 및 보복 조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EU는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및 철강과 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과 경쟁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오랜 기간 동안 반발해왔다. 지난해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EU에서 수출된 돼지고기 및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더욱이,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와 인권 관련 우려 및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문제 등이 EU와 중국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안 브레머(Eurasia Group 창립자)는 유럽이 지적 재산권 및 기술 감시와 산업 정책 등에서 중국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과 EU 간의 긴장이 완화되는 기회를 활용해 EU와의 관계를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랜스애틀란틱 동맹을 분열시키고 유럽을 더 끌어당길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헤지”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이 러시아 방산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경제적으로 개방하는 응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최근 유럽과 중국의 관계 개선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의 최소 가격 설정을 검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스페인 총리는 중국과의 보다 균형 잡힌 관계를 요구하기 위하여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나누었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최근 중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관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무역 왜곡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EU와 중국 간의 기존 문제들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미국의 관세 조치가 오히려 EU와 중국 간의 기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Trade diversion이 심화될 경우, 유럽연합은 중국 및 기타 국가들의 제품이 EU 시장에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EU의 대중 강경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향후 EU와 중국 간의 긴장 관계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공식적인 협력이 미국을 상대로의 공동 전략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