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과 은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관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달러 대신 안전자산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이러한 상승세를 더욱 견인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0.9% 상승한 온스당 3477달러로, 지난 4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금값이 급등하며, 4월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500.05달러에 근접하는 수치이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금값은 누적 34% 상승했다.
은 가격 또한 전일 대비 2.6% 상승하며 온스당 40.69달러로 오르, 2011년 9월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금·은의 가격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해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압박을 가한 결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요구한 뒤, 주택담보대출 관련 사기 의혹을 이유로 리사 쿡 Fed 위원을 해임하며 내부의 압박을 계속했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BMO의 헬렌 에이모스 상품 분석가는 “시장에서 Fed의 건전성 뿐만 아니라 미국 기관 전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금 가격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파월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심포지엄의 연설에서 고용 악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금값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다가오는 5일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에서 노동시장 둔화가 확인될 경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금과 은은 이자 수익이 없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질수록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지정학적 긴장과 관세 불확실성 또한 금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협상 지연 및 미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는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회피할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주장한 항소심 결정은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키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다.
삭소 뱅크의 올레 한센 상품 전략 수석은 금과 은이 최근 지속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미국 인플레이션, 소비 심리 악화, 금리 인하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