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 총통 라이칭더의 뉴욕 경유 계획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라이 총통은 중남미를 방문하기 위해 다음 달 4일 뉴욕을 경유하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로 이 계획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대만 총통부는 태풍 피해 복구 등의 이유로 라이 총통이 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미국 측의 ‘경유 불허’ 통보 이후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라이 총통은 친미 성향을 지닌 인물로, 원래는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를 포함한 중남미 3국을 방문하기 위한 일정으로 뉴욕을 경유하려 했으나, 중국의 반대가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라이 총통의 방문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루어지려 했음을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협상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우선시하기 위해 라이 총통의 미국 방문 여부를 논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국과 대만의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일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대만이 중국의 침략에 대한 우려 가운데 미국과의 공식적인 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며, 미국과 대만 간의 공식적인 교류를 강하게 반대해 왔다. 특히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는 경우에도 중국이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라이 총통의 뉴욕 경유 계획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가 전혀 없다고 밝혔으나, 이번 결정이 내민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변화시키는 이유는 대중 강경파와 대만 지지자들로부터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로라 로젠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은 미국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이 대만과의 파트너십을 중국과의 협상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녀는 중국이 대만에 대해 점점 더 강압적인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미국은 대만에 대한 기존의 지원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허용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대만 해협의 긴장이 고조된 적이 있었다. 라이 총통은 지난해에도 미국령 하와이와 괌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으며, 당시에도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해 반발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번 사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미국과 대만 관계가 소원해질 경우, 이는 대중국 관계에도 반영되어 향후 국제 정세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의 국제 정치에서 대만과 중국 간의 긴장은 중요한 이슈이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의 대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