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의 중국 수출 허용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만장일치로 반대하는 참모진에 의해 이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웰 B200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탑재한 서버는 중국에 수출될 경우 AI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우위를 크게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블랙웰 칩의 수출을 허가할 의향이 있었으나, 고위 참모들의 강한 반대로 인해 마음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이들 참모 중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중국에 첨단 기술이 유출되는 것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블랙웰 칩은 기존의 H100 기반 서버에 비해 AI 학습 처리 속도가 3배, 추론 모델 실행이 약 15배 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성능의 제품이 중국에 들어갈 경우, 특히 AI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블랙웰의 수출 문제는 미국-China 간의 무역 갈등에서 주요한 이슈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성능을 낮춘 블랙웰 수정 버전을 제안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랙웰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하지만 참모진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블랙웰 문제를 교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그는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블랙웰의 중국 수출 문제를 재논의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특히 그는 내년 4월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으며, 엔비디아 측의 지속적인 로비가 예상된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임을 시사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따라서 블랙웰 수출 허용 문제는 단순한 기업의 이익을 넘어서, 국가 안보와 경제 안전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으로 간주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