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방송사들의 면허를 연방정부가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언론의 압박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영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사 보도의 97%가 나를 반대하고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대선에서 7개 주요 경합주를 모두 이겼다”며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언론은 나에게 나쁜 보도만 쏟아내고 있지만 방송 면허를 갖고 있다. 어쩌면 이 면허를 박탈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브렌던 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에게 달려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ABC 네트워크의 ‘지미 키멀 라이브’ 프로그램이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과 관련된 발언으로 방송을 중단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ABC는 17일 기습적으로 방송 편성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키멀의 발언이 격렬한 반발을 초래한 것으로 해석된다. 키멀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마가 진영이 커크를 죽인 용의자와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데 필사적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ABC의 결정은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와 맞물려 진행되었다.
카 위원장은 키멀의 발언을 언급하며 ABC가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왜곡된 발언이 계속될 경우 방송사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강조해 사실상 ABC 방송 면허 취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중대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을 통해 CBS의 스티븐 콜베어와 같은 다른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의 비판도 문제삼으며 “이런 비판이 면허와 관련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트워크와 저녁 프로그램은 오로지 트럼프를 공격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CBS는 지난 7월 콜베어가 진행하는 ‘더 레이트 쇼’의 폐지를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는 방송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NBC의 지미 팰런과 세스 마이어스의 거취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남은 것은 지미와 세스, 가짜 뉴스 NBC의 완전한 패배자들뿐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ABC의 지미 키멀 방송이 중단된 직후 나온 발언이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에 대한 압박이 단순한 개인적 불만이 아니라, ‘자유주의 미디어 생태계’를 단속하는 조치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백악관이 문화와 미디어 영역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미국 언론의 상호작용과 관계의 복잡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방송사들의 자율성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