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제한 조치를 임시로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전·현직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최근 몇 달 간 중국에 대한 강화된 조치를 회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내부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부터 이틀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제3차 고위급 무역 회담을 진행하며, 양국은 앞서 설정한 ‘초고율 관세 상호 인하’ 합의를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불필요한 조치를 피하고 싶어 하는 반면, 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대중국 수출 통제가 느슨해진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안보 관계자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를 3개월 만에 해제한 점에 대해 경계를 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H20이 중국의 인공지능(AI) 능력을 가속화하며, 이는 중국의 자율 무기 시스템과 정보 감시 플랫폼과 같은 군사 기술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번 사안에 대해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전 정부 관계자 20명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H20 수출 허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다. 그들은 서한에서 “이번 조치는 AI 분야에서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위협하는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여파로 미 안보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관련 조치를 장기적으로 미뤄야 한다는 점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전직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사실상 동결하고 H20 반도체를 무상으로 넘겼다며, 이는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협상이 불확실해지고, 기술 분야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러한 수출 통제 완화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미국의 산업 안보 및 경제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전문가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