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국 증시의 주요 철강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해당 발표는 한국의 철강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를 초래하며, 유럽연합의 대응 조치에 따른 추가적인 피해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낳고 있다.
기업들 중 특히 세아제강은 전 거래일 대비 10.12% 하락한 15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세아제강의 미국 수출 비중은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도 KG스틸은 6.16%, 동국제강은 4.15% 각각 하락하는 등 주요 철강주가 크게 약세를 보였다. 중소형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하락세에 동참했으며, 휴스틸과 동양철관 같은 강관 관련 종목 역시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철강 관련주들의 급락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에 직접적으로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로써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고, 수출량 및 수익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30일(현지 시각) 피츠버그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 철강산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이번 관세 인상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에 총 29억 달러 규모의 철강을 수출한 주요 철강 수출국 중 하나로, 미국의 철강 수입국 가운데 캐나다와 멕시코, 브라질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25%에서 50%로 인상될 경우, 국내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미국향 수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 철강 가격의 상승 폭에 따라 이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철강 유통 가격이 어떻게 변동하는지가 향후 한국 철강사들의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 이후 유통가격 상승폭이 관세 인상폭 이상으로 크지 않다면,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들의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5% 미만이므로 실제 매출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이러한 관세 인상 조치에 맞서 유럽연합(EU)도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박 연구원은 “EU는 미국의 수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 수입 쿼터를 축소할 수 있으므로, 한국의 유럽향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