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01(k) 퇴직연금계좌에 가상화폐를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 디지털 자산 간의 경계가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 이 조치는 수조 달러 규모의 은퇴 자산 시장에 가상화폐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시장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23년 8월 7일, 미국 백악관은 401(k) 퇴직연금 계좌에 가상화폐와 같은 대체 자산을 포함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401(k)는 미국 내에서 인기 있는 퇴직연금 수단으로, 근로자가 세금 유예 혜택을 통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제도이다. 현재 약 9조 달러의 자금이 이 계좌에 적립되어 있으며, 이는 전체 미국 퇴직연금 시장(약 43조 달러)의 20%에 해당한다. 이 규모는 단일 금융 체계로 보아 세계 최대다.
이 행정명령은 퇴직연금 투자 지침을 주관하는 미국 노동부의 기존 입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전까지 노동부는 401(k) 운용사가 가상화폐를 투자 옵션으로 포함할 경우 ‘극도의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지만, 이는 최근에 철회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부에 새 지침을 마련하도록 명령하여, 가상화폐를 사모펀드, 부동산 등 다른 대체 투자 자산과 동등한 위치에 두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그간 높은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상화폐에 접근하지 않았던 자산운용사와 투자 관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금융 상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 유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상화폐 전문 자산운용사 갤럭시 디지털의 최고경영자는 “401(k)는 막대한 유동성이 저장된 통로”라며 “가상화폐 시장으로 접근하는 경로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소식이 전해진 이후,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10% 상승한 11만7천595달러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11만7천 달러대를 초과했다. 이더리움은 5.67% 상승하여 3천904달러에 도달했으며, 리플(엑스알피)은 9.56% 상승하여 3달러를 회복했다. 솔라나와 도지코인 등 다른 주요 가상화폐들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행정명령은 단순한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자산이 기존 금융 질서 내에서 제도권 투자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짐에 따라, 향후 글로벌 연금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변동성 통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시장 과열과 리스크 외부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미국 내에서의 가상화폐 시장의 확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간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며, 새로운 투자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포트폴리오 구성 시 재빠른 판단이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