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현대사를 몸소 체험한 베티 레이드 소스킨이 104세의 나이로 캘리포니아 리치먼드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소스킨은 미 국립공원 사상 최고령 파크 레인저로 알려져 있으며, 평범한 삶의 중요성을 실천하고 체험적으로 보여준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소스킨은 1921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대홍수를 겪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군수공장에서 일했던 청년 시절,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그는 전시 체제 속에서 군수업무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살아갔다. 이후 완성된 스토리는 흑인 음악 음반점 운영과 지방의회 보좌관으로 이어지는 등 여러 직업을 통해 평범하지만 의미 깊은 일상을 이어갔다.
그의 인생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 84세의 나이에 리벳공 로지 제2차 세계대전 국립역사공원에서 임시 문화유산 해설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였다. 그는 전쟁터에 나간 남성들 대신 군수공장에서 일했던 여성과 유색인종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잊혀진 역사에 새로운 빛을 비췄다. 아흔 살에 정규직 파크 레인저가 된 그는 방문객 센터에서 조용하면서도 뚜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대중에게 전했다.
특히 흑인 여성 노동자들이 겪었던 사회적 차별과 헌신을 증언함으로써 공원의 역사적 의미를 확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2013년 당시 연방정부 셧다운에 직면했을 때는 최고령 현직 정부 직원으로서 그의 발언이 이목을 끌었다. “내가 겪은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발언은 당시 셧다운의 해소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2015년에는 백악관 성탄절 트리 점등식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101세가 되던 2022년 4월까지 본인의 공원 활동을 계속 이어갔으며, 이 기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그의 10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스탬프를 제작했고, 2021년에는 현역 파크 레인저로서 겪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함께 축하하였다. NYT의 부고 기사에서는 그의 삶이 여성과 유색인종의 헌신을 대변하며,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 자신도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스킨의 전 생애에 걸친 활동과 인내는 모든 세대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에게 ‘평범함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교훈으로 남아 있다. 그의 인생이 펼쳐낸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