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의회가 결혼 관계에서 성관계를 부부의 의무로 간주해 온 관행을 개정하기 위해 새로운 민법 개정안에 나섰다. 이 개정안은 부부 간의 성관계는 서로 동의가 있어야 하며, 어떠한 의무도 부과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담고 있다. 특히, 의회는 이혼 시 성관계 거부를 유책 사유로 판단했던 기존 해석 또한 변경할 계획이다.
프랑스 민법 제215조는 배우자가 ‘상호 간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성관계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일부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성관계를 부부의 의무로 해석해 왔으며, 특히 배우자가 성관계를 거부할 경우 이혼 소송에서 유책 사유로 판단해왔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36명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이번 민법 개정안은 성관계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시함으로써 법적 해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마리-샤를로트 가랭 의원은 “‘공동생활’이 반드시 ‘공동 침대’를 의미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하다”며 이번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안의 통과가 이루어지면, 결혼 관계에서의 성적 동의가 더 이상 간과되지 않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입법 논의는 지난해 1월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활성화되었다. 재판소는 배우자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것을 이유로 이혼의 유책 배우자로 판단했던 프랑스 법원의 결정을 인권 침해로 판단하며 법적 기준이 바뀌어야 함을 지적했다. 이 판결은 결혼에 합의한 사실이 자동으로 모든 성관계에 대한 동의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원 의원들은 또한 민법 제242조, 즉 이혼 관련 조항도 함께 개정하여 성관계의 부재나 거부가 이혼의 유책 사유로 사용될 수 없도록 명문화할 방침이다. 만약 이러한 법안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앞으로 가정에서의 성적 의사와 관련된 소송 및 법적 판단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성관계 거부를 결혼 의무 위반으로 간주했던 판례의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이 개정안이 단순한 문구 수정을 초월하여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내에서는 비동의 성관계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57%가 배우자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경험했다는 데이터가 나타났다. 프랑스 의회는 이 민법 개정안을 이르면 내년 1월 말까지 심의할 예정이다. 이는 결혼 관계에서도 명확한 성적 동의의 법적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