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공모주를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공모주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단기 매매를 억제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한 여파로 풀이된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예비 상장 기업들은 상장 일정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으며, 시장의 투심이 위축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예비심사를 통과한 여러 기업들이 아직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다. 특히 지난달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통과한 큐리오시스와 노타, 명인제약 등의 경우 그 예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전의 예비심사 승인 기업들이 신속하게 신고서를 제출한 것과는 상당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최근 개정된 기업공개(IPO) 제도에 따른 압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7월부터 실시된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들은 기관 배정 물량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주관사가 미비한 물량의 1%에 해당하는 금액(최대 30억원)을 인수해야 하는 규정이 생겼다. 이 같은 변화는 공모가가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현상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가치 평가가 더욱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주관사 측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만약 공모가를 높게 설정할 경우, 의무 보유 비율을 채우지 못해 주관사가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상장 능동성이 저하되고 있어, 상장 직후 매도가 불가능한 기관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된 상태다. 지난해 IPO를 진행한 기업들 중 의무보유확약을 한 비율은 19%에 불과하며, 코스닥 IPO의 경우 이 비율은 더욱 낮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알려졌던 공모주 펀드에서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공모주 펀드의 설정액은 2557억원 감소했으며, 연초부터의 감소폭은 6248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자금 이탈 현상이 이어짐에 따라 앞으로의 공모주 시장에 대한 전망도 우려스러워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신규 규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장기적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오광영 연구원은 “공모가가 기업에 대한 면밀한 실사와 기관의 객관적인 가치 평가를 반영하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설정되기를 바란다”며, 향후 공모가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되돌아올 경우 다시 투자자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