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2026년 첫 거래일에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및 24시간 거래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정책은 여전히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많은 핵심 규제는 교착 상태에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시황 개장 행사에서 “가상자산 ETF와 파생상품 등 새로운 투자 상품을 도입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이루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인공지능 기반의 시장 감시 시스템과 주가조작 대응 전담팀 운영 등으로 시장 질서의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는 필요한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지만, 정부의 ETF 허용 정책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비트코인(BTC) 등 실물 기반 ETF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 더욱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두고 금융 당국과 한국은행의 입장 차로 인해 2026년까지 미뤄진 상황이다.
주요 논쟁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은행 주도의 컨소시엄만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하며, 최소 51% 이상의 지분 보유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기준이 민간 기술 기업을 배제하고 디지털 결제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감독 기관의 설치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법안 초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은행 예금 또는 국채로 100%의 준비금을 보유하고, 라이선스를 가진 수탁기관에 예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규제가 강력하다. 또한, 2017년부터 금지되었던 암호화폐 공개(ICO)도 엄격한 공시 의무를 포함해 일부 허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당은 디지털 자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반대에 막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6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ETF의 기초 자산 범위에 디지털 자산을 포함시키고, 별도의 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통화 정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사이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FIU는 코빗에 대해 2만 2,000건의 자금세탁방지 위반을 적발하고 총 2,73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와 유사하게, 두나무도 신규 계정 개설 중단과 함께 3,5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빗썸, 코인원 및 고팍스도 FIU의 점검 대상이 되어, 전체 업계의 제재 금액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소액 거래에까지 적용되는 ‘트래블룰’ 규제 강화도 추진 중이다. 현재는 100만 원 이상의 이체에 대해서만 송신자와 수신자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있지만, FIU는 이 기준을 없애고 모든 가상 자산 이동에 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수집할 계획이다. 이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스머핑’ 회피 수단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