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가상자산전담 조직 신설로 스테이블코인 정책 대응 강화

[email protected]



한국은행이 31일부터 ‘가상자산반’을 신설하고, 기존의 디지털화폐연구실의 명칭을 ‘디지털화폐실’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한 한국은행의 정책적 대응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조직개편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자산 정책 방향에 대한 신중한 의견을 정부와 국회에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병목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새로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제정에 따라, 기존 전자금융팀의 기능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설된 가상자산반은 총 4명으로 구성되며, 3급 이상의 반장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이 조직은 향후 가상자산에 관련된 조사와 연구, 내부 정책회의, 유관 기관과의 협업, 그리고 법적 기반에 따른 시장 감시 기능까지 폭넓은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고경철 전자금융팀장 또한 “가상자산 관련 이슈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전담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직 개편의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을 두고 한국은행과 정치권 간의 의견 충돌이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덕 의원과 국민의힘의 김은혜 의원이 각각 비은행권까지 포함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법안을 제출하면서, 한국은행은 비은행권 발행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여 대립 각을 형성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규제받지 않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은행 중심의 점진적 허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민병덕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물가를 자극한다는 주장은 괴담 수준”이라며 한국은행의 입장을 반박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성과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정부 및 국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상자산반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내부 관계자는 “이제는 하나의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회 등과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담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디지털화폐연구실의 명칭을 디지털화폐실로 변경한 것은 단순히 연구 부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실질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실장 측은 “단순히 논문을 쓰는 부서가 아니라 CBDC 추진에 적합한 명칭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한국은행은 이번 조직개편이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결정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특정 국회의원의 의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 전담 인력 보강을 위한 행정적 결정”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디지털 금융 정책 수립의 명확한 초점을 나타내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쟁이 더 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가상자산반의 신설은 향후 이 분야에서의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