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암호화폐 기업들이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코인베이스는 올해 3분기에 매출 18억 7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순이익은 4억 3천만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55%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거래 수익은 10억 5천만 달러, 구독 및 서비스 수익은 7억 4천만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스테이블코인 운용 수익만 3억 5천만 달러에 이른다. 과거 ‘비트코인 거래소’에 불과했던 코인베이스는 이제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수익 기반의 금융기관으로 변모했다.
비슷한 흐름은 코인베이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USDC 발행사인 서클은 10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약 358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이미 중견 은행 수준에 해당한다. 제미니 거래소는 나스닥 상장으로 기업가치 약 33억 달러를 평가받았고, 피겨 테크놀로지는 7억 8천5백만 달러를 부모 투자받아 53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0년대 초반에 불과했던 산업이 이젠 자본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명확한 제도적 전환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7월 18일, GENIUS Act를 통과시켜 스테이블코인을 연방 차원의 금융상품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 법안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재무부, FDIC가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인증심사위원회’를 설치하며, 비은행 기업이 만장일치 승인 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초석을 마련했다. 이는 미국이 금융 혁신을 금지하기보다는 제도 안에서 설계하여 위험을 관리 가능한 범주로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미국의 접근 방식은 10월 2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Payments Innovation Conference’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연준은 스테이블코인, 자산 토큰화(RWA), 인공지능 결제망을 아이템으로 삼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블록체인 기업 대표들이 이에 패널로 참여했다.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금융 시스템의 변두리가 아닌, 결제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의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보고서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화폐대용재’로 정의하며, 발행을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비은행 발행은 금산분리 원칙 훼손으로 간주하며, 상환은 단순한 ‘민간 간의 사적 계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시스템의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혁신을 억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철학적 접근의 차이가 두 국가 간의 속도차를 만들어냈다. 현재 금융의 중심축은 뉴욕증권거래소 안에서 디지털로 재편되고 있으며, 코인베이스와 서클, 제미니, 스트레티지, 피겨 등이 각자 방식으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도 안정만을 추구하며 시간을 보낼 경우, 금융의 중심은 완전히 해외로 이동할 위험이 있다.
안전은 물론 중요하지만, 기회를 상실한 안정은 쇠퇴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현재 한국이 묻게 되어야 할 질문은 “언제 허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며 함께 성장할 것인가?”이다. 디지털 자산은 이미 금융의 일부로 자리 잡았으며, 그 중심의 무게는 점차 월스트리트에서 블록체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