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관세 부과가 촉발한 무역 전쟁이 한국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향한 수출이 지난달 각각 8% 이상 감소하며 악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출 감소는 자동차, 일반 기계, 반도체와 같은 대미 주력 품목에서 두드러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자국산으로 중간재를 대체하고 있어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가 부과됨에 따라 한국 유통 기업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3월에 25%의 관세가 부과된 철강 수출은 지난달 대미 수출액이 20.6% 감소하면서 비참한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지난 4월과 5월에는 자동차 및 차부품에 25%의 관세가 붙었고 이는 각각 32.0%와 8.3% 감소했다.
기본관세인 10%가 부과된 일반 기계의 수출 또한 지난달 5.6% 줄어들었으며, 가전제품의 경우에는 더 큰 폭인 25.4% 감소하며 부진을 겪고 있다. 한편, 2차 전지와 바이오 헬스 분야는 각각 33.6%와 9.1%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전체 대미 수출액 감소세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다. 심지어 반도체마저 과거의 견고함을 잃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6%나 줄어들었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따라 삼성과 LG 같은 기업들은 더욱 가까운 장래에 추가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50%의 관세 부과 논의가 있었으며, 반도체와 의약품 분야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장기적인 하향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1월 13.9%, 2월 1.4%, 3월 4.4% 줄어들다가 4월에 3.9% 반등했으나, 5월에는 다시 8.4%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 분야의 중간재 중심으로 수출 감소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대비 14.6% 감소하며 대중국 수출의 중요한 축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경제가 부진함에 따라 한국의 일반 기계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며, 이와 더불어 눈에 띄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홍지상 동향분석실장은 자국 생산으로의 대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아세안, 일본, 중남미 등 9대 주요 수출 시장 중 7개의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EU 시장은 자동차와 반도체 중심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 위안이라 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장상식 연구원장은 앞으로 90일간의 한미 및 미중 관세 협상이 한국의 수출 실적에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나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의 수출 미래를 위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의 최대 거래상임을 명심하면서 수출 전략을 수정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