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연금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머서와 CFA협회가 발표한 연금체계 평가에서 한국은 ‘충분성’과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각각 100점 만점 중 40.5점, 52.4점에 불과해 48개국 중 상당히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충분성’ 지표에서 한국은 44위를 기록하며, 연금 저축금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으로 GDP 대비 연금저축 비중이 낮고, 투자방식 역시 원금 보장 상품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리치 누줌 머서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CIS)는 “한국의 퇴직연금 자산 적립 수준이 크게 부족하다”며 연금 저축과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선 모건스탠리 퇴직연금사업부 이사도 퇴직연금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부터 충분히 저축하고, 노후에는 신뢰할 수 있는 운용사와 함께 적합한 자산 운영을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한국은 ‘3층 구조’의 연금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국민연금 1층에서는 청년층의 납입금 증대와 운용수익 향상이 필요하며, 2층 및 3층에서 개인 및 퇴직연금의 자산 마련 기회를 늘려야 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퇴직연금 적립 비율은 25.41%에 불과해 회원국 평균 70%에 못 미친다. 누줌 전략가는 현재 연금 수혜자를 최대한 늘릴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청년층의 경우 합리적인 운용 상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401K 제도를 통해 퇴직연금 저축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미국인들은 초기에 설정한 투자 전략을 잊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긴 기간 동안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이병선 이사는 “한국에서도 연간 소득의 10~15%를 저축해 50대에 약 50만 달러를 확보한 후 신뢰할 수 있는 운용사를 통해 수익률을 증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투자 다각화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낮은 연금 저축률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분산 투자와 글로벌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중 91.4%인 21조4661억원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몰려 있어 보다 다양한 투자 상품에 노출될 필요성이 있다.
결국, 한국의 노후준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며 개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재정적 수혜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연금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 방식 다각화를 통해 자산의 증식을 도모하고,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