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하였다. 이러한 조정은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수출 부진이 심화된 데 기인하며,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음을 나타낸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그나마 성장률을 지탱해왔던 수출마저 하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DI는 올해 한국의 총수출 증가율을 0.3%로 예측했으며, 이는 지난해의 7.0%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44억8000만 달러에 이르며,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4월부터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도 상당히 커졌다”며, 이러한 요소들이 한국의 수출과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부진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1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철강 제품의 수출액은 2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했으며, 알루미늄 제품의 경우에도 6억4000만 달러로 6.3% 줄어드는 등 타격이 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부과한 25%의 관세 영향으로 분석된다.
또한, 고용 전망 또한 악화되고 있다. KDI는 올해의 취업자 증가폭을 9만명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2020년 COVID-19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의 증가폭인 15만9000명과 비교해도 6만9000명 감소했으며, 2월 당시 예상했던 10만명보다도 낮아진 수치다. 주요 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에서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KDI는 다음 해의 취업자 증가폭도 7만명 수준으로 추가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고용 여건이 개선되더라도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반등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물가와 환율 흐름을 고려하면 5월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한 후 하반기에 두 차례 더 인하하여 연말에는 2.0%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수적”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제와 같은 기업의 애로 요인을 해소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통상 환경 변화로 인해 수출 부문의 고용 부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관 산업과 소상공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과 기업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