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며 한국의 석유화학 및 2차전지 업계 대기업들이 연이어 신용등급 강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와 함께 재무 상황의 지속적인 악화로 인해 이뤄진 조치로, 업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3년 1분기 기준 -1.2%에 달하며, 손실 구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신용등급 조정은 기업의 재무 상태를 반영하는 후행적 지표로, 최근 이러한 조정은 누적된 부담이 가시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며, 현재의 재무구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향후 등급 하락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및 2차전지 기업들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 속에서 신규 투자 대신 외부 자금을 기존 채무 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5월까지 발행된 일반 회사채의 약 83%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증가한 수치로, 자금 조달 기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방향을 잡고 있다. 두 회사 모두 2차전지와 같은 신규 시장으로의 전환을 꾀했지만, 2차전지의 경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에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수요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2차전지 업계의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다수의 2차전지 기업들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의 저가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간의 구조조정에 희망을 걸고 있으나, 실제 결정과 실행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공정거래법과 같은 제도적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최우선으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과 신규 투자 축소를 통해 생존 전략을 재정립하면서, 장기적인 회복을 위해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