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허가 과정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오래 걸리는 문제로 인하여 바이오 생태계 조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다국적 제약기업 B사는 A항암제를 출시한 뒤 각 병원을 통해 이 약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약물은 반드시 안전성 검증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이 병원마다 다른 환자 데이터 양식을 기준으로 확인하고 취합해야 하는만큼 어렵고 번거롭다.
B사의 관계자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을 받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되며, 병원별 데이터 표준화 작업이 필요해 데이터에 접근하기까지 2년이 걸린다”면서 “해외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보통 6개월 내에 완료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의 바이오 데이터 인프라가 매우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규제와 비효율적인 절차로 인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기루’와 같은 한국 바이오 데이터의 현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5000만 명의 의료 데이터가 존재하지만, 정부의 지원 체계가 부족해 사업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이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문제로 의료기관 간 데이터 표준화와 통합이 더디고, 관련 법률 간 해석의 차이로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의료 데이터 상용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러한 리스크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허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헬스 데이터 특허 출원은 6932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헬스 데이터 분야의 특허가 최근 5년 간 연평균 15.4%의 증가율을 보이며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는 증거이다. 미국은 병원과 제약사 간 계약을 통해 원격진료와 AI 신약 개발에 의료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정부는 100만명의 바이오 데이터를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영국의 경우, ‘UK 바이오뱅크’ 사업을 통해 50만명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2032년까지 100만 명의 바이오 데이터를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민간 협력이나 기업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바이오 데이터 시장은 역내 기업의 협업 기회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때이다.
전문가들은 “영미권 대형 제약사들이 아시아의 바이오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지금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적기”라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 데이터 활용이 규제의 벽을 넘어 더 원활해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