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 현장, 경기 침체로 심각한 위기 직면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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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고잔동에 위치한 남동국가산업단지가 현재 심각한 경기 침체에 직면하고 있다. 이 지역은 약 8만 명이 일하는 대규모 산업단지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낮 시간대에 인적이 드물고 한산한 모습이 눈에 띈다. 화물트럭들이 도로에 멈춰 서 있고, 공장 앞에는 쌓여 있는 짐만이 남아 있다.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철강 가공업체의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이후로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현재 모든 업체가 돈줄이 막혀 있다는 현실을 전했다.

고물가와 고환율, 그리고 고금리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인해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지난 12일부터 미국은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무려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해당 중소기업들은 더욱 심각한 시름에 빠지고 있다. 한국의 여러 중소기업들은 수익을 만들기 위해 수주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일감 감소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단 내 근로자들도 잔업이 사라진 현실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 알루미늄 가공업체 근로자는 “잔업이라도 있어야 조금 더 벌 수 있었는데, 요즘은 아예 없다”며 생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같은 상황이다.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지금이 가장 일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에 찾은 남동공단의 식당 역시 한산했다. 매일 식사를 하던 근로자들이 줄어들면서 식당 주인은 “코로나19 시기에 비해 장사가 더 힘들다”라고 말했다. 택배 물량도 급감하면서 저녁에 식사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철강 제품을 고객사에 배송하는 대형 트럭 운전자는 “최근 1년간 배송 물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남동산단과 같은 국내 철강·알루미늄 업계의 어려움은 수요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알루미늄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0~40% 상승했으나, 최근 건설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3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경제적 압박은 정부의 인프라 투자 축소와 맞물려 업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은 중소기업들의 수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 기업 대표는 “미국 바이어와의 미팅에서 관세 문제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표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명확한 정보 제공과 교육을 강화해달라”는 요청도 이어갔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남동산단 곳곳에서 ‘공장 임대’ 현수막이 쉽게 눈에 띄고 있으며, 폐업 매물도 증가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기계 및 철강 업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새로운 기업이 입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실업 문제는 우려의 한 축으로 남고 있다.

남동산단에 대한 경기 회복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인다. 이로 인해 그간 한국 경제의 기초가 되었던 중소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현재의 어려움이 장기화되기 전에 중소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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