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산업안전 체계가 지나치게 규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실제 사고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행 시스템에서 벗어나 사업장별 특성을 고려한 자율규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안전규제,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은 “현재 한국은 20여 개 법률 및 4천 개 이상의 세부 규정 속에 갇혀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의 안전 이행 여부를 서류로만 보고받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서류상으로만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강 이사장이 주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으며, 그는 산업재해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도 짚었다. 그는 첫째, 산재가 완전히 제거될 수 있다는 강박, 둘째, 모든 사업장을 동일하게 바라보는 인식, 셋째, 처벌 강화가 필수적인 안전 담보라는 잘못된 이해를 꼽았다. 그는 “각 사업장은 고유한 위험 요소를 갖고 있으며, 획일적 규제는 그 한계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리에서 발표한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한국의 산업안전 시스템이 규정과 인력 규모에서는 선진국형 외형을 갖추었으나, 실제 성과는 과거의 산업국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산재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3.6명으로, 1970년대 초 영국의 2.9명보다 높다고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대규모 산업재해를 계기로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경험이 있다. 특히 애버펀 참사, 로넌포인트 아파트 붕괴, 플릭스버러 폭발 사고를 겪은 후, 초당적 독립 자문기구인 로벤스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1974년 산업안전보건청(HSE)이 세워졌다. HSE는 각 사업장의 위험도를 평가해 현장 중심으로 지도·감독하는 ‘목표 기반 자율규제’ 모델을 정착시키었다.
인력 운영에서도 한국과 영국 간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의 산업안전 감독 인력은 최소 3000명 이상으로 영국 HSE의 약 1000명보다 많지만, 역할은 다르다는 것이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은 법 위반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데 중점을 둔 특별사법경찰관 체계로 운영되는 반면, 영국은 현장 지도와 컨설팅이 가능한 전문가 중심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 산업안전의 실제성을 낮추고 있으며, 과거의 규제 체계를 고수하는 한 계속된 사고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산업안전 체계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결론이 도출된 이날 토론회는 한국 사회의 산업안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