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세보증금이 지난 5년간 38% 증가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5%로 유지되며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금융권은 계속해서 자금을 대출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여윳돈은 최근 분기 대비 36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와 비영리단체가 금융기관에서 차입하여 사용한 금액은 14조6000억 원으로, 전 분기의 1조4000억 원에 비해 급증했다.
김성준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장은 아파트 분양 물량과 주택 구입의 증가가 주택 담보 대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2분기 아파트 분양 물량은 9만8000호로, 1분기(6만4000호)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대출이 늘어도 가계의 소득은 줄어들어, 여윳돈은 41조2000억 원으로 1분기 대비 36조4000억 원 감소했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숨은 부채로 분류되는 전세보증금이 1000조 원을 넘어서면서 부실 위험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2018년 김세직 서울대 교수 팀의 연구 모델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의 전세보증금은 1006조7000억 원에 달하며, 이는 2018년 이후 37.7% 증가한 수치이다. 전세보증금에 가계신용을 더한 지난해 가계 부채는 2891조1000억 원으로, 3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시행된 금융당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가계대출 증가를 약간 줄였지만, 여전히 숨은 가계 빚을 상존하는 만큼 경제에 지속적인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 및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5%로 OECD 31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부채 비율은 142.4%로 OECD 1위에 오르게 된다.
전세보증금은 임대차 계약 종료 시 반드시 반환해야 하는 부채이지만, 공식 통계에서는 “사적 금융”으로 간주되어 반영되지 않는다. 전세보증금과 가계부채 통계가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개별 임대인의 상황에 따른 대출 및 반환 금액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전세보증금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않도록 가계부채의 현황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맞춘 정부의 정책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IS의 최근 보고서도 한국의 민간 부채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였으며, 특정 시점에 도달하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