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전자입국신고서(E-Arrival Card)에 대만이 ‘중국(대만)’으로 표기된 것에 대해 대만 정부와 정치권의 반발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은 대만 외교부가 한국과의 관계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되었으며,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대만 국민의 의지를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외교적 긴장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10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아시아 민주인권상’ 시상식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대만과 한국은 활발한 민간 교류와 경제·무역 왕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대만 국민의 의지를 존중하고 양국이 함께 지역의 번영과 발전을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또한, 같은 행사에 참석한 천밍치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도 “한국이 대만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대만에 비우호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더하여 “한국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대만 외교부는 3일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의 출발지 및 목적지 선택 항목에서 대만이 ‘중국(대만)’으로 표기된 것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며, 9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한국 측의 즉각적인 조치를 다시 촉구했다. 반면, 중국의 입장은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이번 표기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민진당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대만 정치권 내부에서도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신중한 접근을 선호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민진당 중자빈 입법원 간사장은 “한국의 잘못된 표기는 대만의 주권을 무시하는 행위로, 외교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민당의 마윈쥔 입법위원은 “한국과 같은 여러 국가가 중국의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대만에 대한 모호한 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전략적 반격 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강경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만 현지 언론은 최근 대만과 한국 간의 민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대만 관광객 수가 100만 명을 초과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양국 관계의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상당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천이판 대만담강대 조교수는 “대만에서 한류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진다면 대만 내 K팝 콘서트마저도 취소해야 한다는 얘기인가?”라며 강경 대응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리치쩌 국립장화사범대 부교수는 “대만과 한국은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제재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보다 현실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과 대만 간의 복잡한 외교 관계의 다름을 보여주는 예로, 향후 양국의 외교적 상호작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정부의 반발과 한국 정부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