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진 전 증권업협회장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98세로, 그는 지난 50여 년 간 한국 증권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동아건설에 합류, 1957년에는 흥일증권을 인수하여 동명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전무이사직에 올랐다. 1963년 삼보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계의 기틀을 잡는 데 기여하였고, 이 시기에 사원공채 도입, 지방 점포 신설, 임직원 해외 연수 등 다양한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특히 그의 주도 하에 기업공개(IPO)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1973년 진로주조의 상장을 통해 증권사 최초로 기업상장에 성공했다. 이 혁신적인 경영 전략으로 삼보증권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고, 대우증권에 매각된 후에도 유능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저력 있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1967년부터 그는 한국증권업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후, 1990년대에는 회장과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며 증권 시장의 발전에 헌신하였다. 그의 가장 주목할 만한 업적 중 하나는 1990년대의 ‘증시안정기금’ 조성을 제안하고 실행에 옮긴 점이다. 이 기금은 25개 증권사의 협력을 통해 2조 원으로 시작하여,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더해져 총 4조 원 규모로 확대됐다.
그러나 강 전 회장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79년 건설주파동의 여파로 삼보증권은 어려움을 겪었고, 1983년에는 대우그룹에 회사를 매각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가 공식적으로 증권업계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맡았던 직책은 B&G증권의 명예회장이었다. 이후 그는 2014년 회고록인 ‘증권 반세기’를 발간하여 그의 진솔한 삶과 경험을 남겼다.
그의 유족으로는 아들 완구(일동월드와이드 회장), 흥구(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딸 신애(따뜻한재단 이사장), 사위 박용만(같이 걷는 길 이사장), 그리고 며느리 김미희 씨가 있다. 강성진 전 회장은 그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신념으로 한국 증권업계의 초석을 마련한 정녕 위대한 인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