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을 것이라고 11일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대응과 더불어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확대, 그리고 복지 지출 증대 등이 결합하여 부채 비율이 급격히 상승한 결과로 해석된다.
IMF의 4월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54.5%로 예상되며, 이는 비기축통화국으로 분류된 11개 국가의 평균인 54.3%를 처음으로 초과하는 수치이다. 일반정부 부채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회계 및 기금 부채와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까지 포함된 광의의 정부 채무로,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지표를 기반으로 국가 간 부채를 비교하고 있다.
IMF는 한국의 부채 비율이 2030년에는 59.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5년간 4.7% 포인트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러한 증가는 비기축통화국 중에서 체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2030년 예상치 또한 비기축통화국 평균인 53.9%를 5% 포인트 이상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7개국(G7)과 비교할 경우 한국의 부채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2030년에는 미국이 128.2%, 일본이 231.7%, 영국이 106.1%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인 이들 국가에 비해 한국은 자금 조달 환경이 불리할 수 있으며, 외화 수요와 자본 유출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므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14일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상당한 폭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DI는 올해 성장률이 2.0%에서 1.6%로 줄어들었던 만큼, 최근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과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번에는 1%대 초반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한국 경제는 글로벌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성장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소비와 건설투자의 회복 속도가 느려지면서, 작년 말 정국 불안이 내수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246%로, 현재 집계된 1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0.069%로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그 하락 폭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작다.
이러한 역성장은 작년부터 지속되고 있으며, 2024년 2분기 성장률은 -0.228%로 32위였고, 3분기에는 0.1%로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여 26위를 기록했다. 4분기에도 0.066%로 0%대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며 29위로 하락했다. 이러한 경제적 불안 요소는 한국이 앞으로 재정 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데 있어서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를 낳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