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특수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야소지마의 경영권 인수가 한국, 미국, 일본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TKG휴켐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공동으로 인수에 도전하고 있으며, 미국의 투자 기업 KKR과 일본의 두 기업도 인수전에 참여한 상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소지마의 본입찰은 한국, 미국 및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참가하는 4파전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한 곳의 전략적 투자자와 한 곳의 사모펀드가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밝혀졌다.
야소지마는 고기능 고분자 플라스틱을 제조하며, 첨단산업에 적재적소에 활용되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주로 생산한다. 특히 야소지마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은 높은 내열성과 우수한 마모 저항력을 보유해, 자동차, 우주, 항공, 의료, 로봇, 반도체 등 다양한 첨단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관절 재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번 매각은 일본 사모펀드인 아이시그마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는 경영권 지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아이시그마는 2021년에 야소지마에 지분 투자한 바 있다. 현재 야소지마의 기업 가치는 약 5000억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측의 매각 주관은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이며, 국내 인수 주관은 삼일PwC가 맡고 있다.
야소지마를 인수하게 되면 TKG휴켐스는 기존의 정밀화학 및 정밀화학 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첨단산업분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TKG휴켐스는 태광실업의 자회사로, 지난해 8월에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인 제이엘켐의 지분 50%를 약 600억 원에 인수한 전력이 있다.
또한 IMM PE는 최근 해외 자산운용사 매각에 이어 또 하나의 글로벌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M PE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조성한 최초의 국내 PEF 출자 사업의 숏리스트에 선정되는 등 해외 투자 경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한국의 PEF들이 일본 인수 및 합병(M&A) 시장에 진출하며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대형 거래가 주춤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 M&A 시장은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M&A 시장 규모는 약 330조 원(2320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업 매물을 찾는 원매자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MBK파트너스는 비타민 등을 제조하는 일본 제약사 아리나민제약을 약 3조30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일본 반도체 기판 장비 제조사인 FICT를 인수한 전력이 있다. 올해는 일본 공작기계 기업인 마키노밀링머신의 인수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는 국내 사모펀드들이 극복해야 할 큰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일본의 온도 센서 제조기업 시바우라전자가 대만의 전자 부품 제조사 야게오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해외 자본이 전략산업에 침투하면 기술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