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29일 경주시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양국 간의 무역합의가 타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3500억달러(약 480조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실행 방안과 관련된 양측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현금 투자를 선호하는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출 또는 보증 형태의 참여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상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으나, 두 나라 간의 무역합의가 실질적으로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초기 요구사항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투자 세부 구조와 관련해서는 큰 갈등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해 조건을 완화할 경우, 이는 향후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양국의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27일 APEC 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하며, 협상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의 구조와 형태, 수익 배분 방식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협상의 복잡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28일 에어포스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과의 협상이 결국 합의 직전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세부사항이 많아 접근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협상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3500억달러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대규모 현금 투입이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여, 직접투자보다는 대출이나 보증 형태의 참여를 선호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도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역협상의 지연은 한국 기업들, 특히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일본과 유럽산 차량의 낮은 관세(15%)와 비교할 때 현대차와 기아차 등 한국 기업은 불리한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번 협상 지연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서 성공적으로 구축된 무역 합의와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는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도쿄의 사업 리더들과의 만찬에서 49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이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를 통해 ‘우호적 동맹’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한편,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깜짝 만남을 갈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으며, 이를 위해 일정을 조정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 철회 없이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서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를 벌이는 등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