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주 시드니를 방문한 기자는 이곳의 전반적인 환경에서 중국의 강력한 경제적 침투를 체감하였다. 특히 중국의 차량 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이 시드니의 대중교통 시스템에 상당히 침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버와의 격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드니에서 택시를 이용하려면 디디 앱이 필수적이며, 디디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우버의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는 시드니 여행 중 두 개의 앱에 연결된 휴대폰을 갖고 먼저 들어온 콜을 받는 택시 기사를 자주 목격하였다.
중국은 호주 경제의 여러 분야에 막강한 자본을 통해 침투하였으며, 호주 내 아시아계 이민자 가운데 중국계가 가장 많다는 점이 중국 기업의 빠른 점유율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허허벌판이었던 지역에 상업용 오피스 빌딩들이 세워지고, 중국어 간판으로 가득 찬 미니 차이나타운이 형성되며,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들은 모두 중국 자본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이러한 중국 자본의 영향력을 경계하고 있으며, 최근 중요 광물 분야에서 중국계 투자를 차단하고, 재생에너지 및 핵심 인프라 분야에 대한 보안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중국 기업의 호주 기업 인수합병(M&A) 승인 과정 또한 더욱 까다롭게 조정된다. 리창 중국 총리는 호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와의 간담회에서 중국 기업의 호주 시장 진출에 필요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이는 호주가 반드시 중국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한국 기업인 현대로템이 호주 시장에 침투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였다. 현대로템은 중국의 CRRC, 프랑스의 알스톰, 독일의 지멘스 등과 경쟁하며, 시드니 중심부와 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전동차 신설 노선의 입찰에 참가 중이다. 이들은 현재 70% 정도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으며, 성공할 경우 한국의 기술력과 부품이 들어간 전동차가 시드니 도심을 가로지르게 된다.
현대로템은 2016년에 뉴사우스웨일즈(NSW)주 시드니와 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2층 전동차 512량을 수주하였고, 2023년에는 브리즈번 올림픽을 위해 퀸즐랜드주에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호주에서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호주에서의 자원 수입에 의존해왔지만,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에는 소홀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NSW주에서 상품 수출 시장 5위에 올라 있지만, 외국인 직접 투자(FDI) 규모는 10위로 낮아져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특사단의 호주 방문을 통해 양국 간의 고위급 교류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지금,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이때가 한국이 호주에 대한 러브콜을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