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현대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아메리카’가 오는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18K 금으로 제작된 실물 크기의 변기로, 그 무게는 약 101.2kg에 달한다. 경매 시작가는 약 1000만 달러, 한화로 약 140억원으로 책정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카텔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예술적 창작과 상업적 가치 사이의 갈등을 예리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소더비는 밝혔다. ‘아메리카’는 단순한 조각을 넘어 실제로 사용 가능한 변기로 제작됐으나, 지난해 2019년 블렌하임궁 전시 도중 도난당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뉴욕 소더비 현대미술부 책임자 데이비드 갤퍼린은 카텔란을 “예술계의 완벽한 도발자”로 칭하며 그의 작업이 항상 예술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카텔란은 부유함과 사회적 위선에 대한 풍자로 유명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200달러짜리 점심과 2달러짜리 핫도그의 결과는 같다고 말하며, ‘아메리카’ 작품의 풍자적 함의를 설명했다. 이 작품은 2016년에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고, 경매에 오르는 변기는 2017년부터 익명의 개인 수집가가 소장해 온 두 번째 버전이며, 11월 8일에 경매 전까지 뉴욕 소더비 본사 브루어 빌딩 내 욕실에 전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은 작품을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다.
첫 번째 버전은 2016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화장실에서 전시되며 약 1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당시 관람객들은 작품을 실제 배관 시스템에 연결하여 예약제로 3분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그림 대여 요청에 대하여 이 황금 변기를 제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블렌하임궁에서 이 작품이 도난당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두 명의 남성이 도난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변기는 여전히 회수되지 않았다. 영국 수사당국은 작품이 해체돼 녹아내렸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더비는 이번 경매에서 예상 낙찰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추정을 피했지만, 갤퍼린은 “카텔란의 바나나 테이프 작품 ‘코미디언’이 무형의 가치가 예술을 통해 어떻게 실체화될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면, ‘아메리카’는 실제 가치를 지닌 예술이 어떻게 개념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의 시작가는 18K 금 101.2kg의 원재료 가치에 해당하는 약 143억원에 가깝게 책정됐다. 따라서 이 경매는 예술의 의미와 물질적 가치가 어떻게 교차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텔란은 과거에도 예술계를 뒤흔드는 여러 작품으로 주목받았으며, 그의 설치작품 ‘코미디언’은 지난해 뉴욕 경매에서 620만 달러에 낙찰되었고, 무릎을 꿇은 히틀러의 조각상은 201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720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