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세 168일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스페인 여성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의 장수 비결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세계 최고령자의 유전자와 생활 방식을 분석한 연구는 스페인 호세프 카레라스 백혈병 연구소와 바르셀로나 대학의 공동 연구팀에 의해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의학 저널 ‘셀 리포츠 메디신’에 게재되었다.
브라냐스는 19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8세에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스페인 독감 팬데믹, 코로나19 팬데믹 등 인생의 많은 격변을 경험하였고, 특히 113세 때 코로나19에 감염되었으나 회복하여 장수의 아이콘으로 기록됐다. 그의 자녀들 중 아들은 52세에 사망했으며, 두 딸은 각각 92세와 94세에 이르고 있다. 가족 및 친척들 중에는 알츠하이머, 암, 결핵, 신장 질환 등 다양한 질병으로 사망한 이들이 많았다.
브라냐스는 생전 의사들에게 자신의 장수를 연구해 인류에 기여해 달라는 요청을 남겼으며, 연구진은 사망 1년 전 그의 혈액, 타액, 소변 및 대변 샘플을 활용해 유전체, 전사체, 대사체, 단백질체, 미생물 군 등 생물학적 프로필을 구축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브라냐스의 DNA 분석에서 심장 및 뇌 세포를 보호하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고, 그녀의 체내 염증 수준이 낮아 암과 당뇨 위험이 감소했음을 밝혔다. 또한, 염색체 말단소립(텔로미어) 소모와 비정상적인 B세포 집단이 관찰되었으나, 짧은 말단소립이 세포 분열을 제한하여 암 발생을 예방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를 주도한 마넬 에스테예르 박사는 브라냐스의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최소 10~15세 더 젊었다고 설명했다.
브라냐스는 건강한 생활 습관 또한 장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녀는 과체중이 아니었고, 흡연이나 음주를 하지 않았다. 하루에 요구르트를 3개씩 섭취하였고, 그녀의 체내 미생물 군에서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움이 다수 발견되었다. 대한 조리법과 건강 습관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2001년 이후 혼자 살았지만 언제나 가족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활발한 사교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또한, 5년 전까지 피아노 연주를 계속했다.
에스테예르 박사는 이번 연구가 고령자의 건강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브라냐스의 부모가 제공한 훌륭한 유전자는 인간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