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한 세기 이상 사랑받아온 갈라파고스땅거북 ‘그래마’가 141세로 생을 마쳤다. 지난 20일, 노쇠성 골 질환이 악화되면서 동물원 측은 안락사 결정을 내렸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래마는 로메인 상추와 선인장 과일을 즐겨 먹던 동물원에서 최고령 거주자로 알려졌다.
그래마는 자연 서식지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그녀의 입소 시점은 확실치 않지만, 1928년 또는 1931년에 브롱크스 동물원에서 처음 이송된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첫 그룹 중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 그래마는 온순한 성격으로 많은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그녀는 20명의 미국 대통령과 두 차례 세계 대전을 겪으며 동물원의 역사와 함께 했다. 그녀를 담당한 사육사는 그래마를 ‘동물원의 여왕’이라 부르며 애정 어린 마음으로 돌보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래마는 고령성 골 질환을 앓았으며,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이에 따라 동물원 측은 그녀의 고통을 덜기 위해 안락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 소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지며, 많은 사람들이 그래마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한 69세의 방문객은 어릴 적 그래마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경험이 이후 사막 거북을 기르게 되고 거북 보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던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자연 상태에서 100년 이상을 살며, 사육 환경에서는 그 두 배 가까운 수명을 자랑한다. 가장 오래 산 개체는 ‘해리엇’으로, 1835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포획되어 2006년 호주 동물원에서 175세로 생을 마감했다. 현재 갈라파고스땅거북은 15종의 아종 중 3종이 멸종되었으며, 나머지 종들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보존 단체들은 수십 년 동안 인공 번식을 옹호하며, 1965년 이후로 1만 마리 이상의 새끼 거북이를 자연으로 방사시키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올해 4월 필라델피아 동물원에서 약 100세가량의 첫 부모 개체가 갈라파고스땅거북 네 마리를 부화시키는 성과를 이루었으며, 6월에는 마이애미 동물원의 ‘골리앗’이 135세에 첫 번식에 성공하여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래마의 고별은 많은 이들에게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