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에는 AI와 딥페이크 기술이 악용된 암호화폐 범죄가 급증하며 불법 자금의 유입 규모가 1580억 달러(약 227조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TRM랩스(TRM Labs)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교한 신기술의 악용이 피해 규모를 확장시키고 있으며, 범죄 수법은 점차 산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TRM랩스는 올해 범죄 조직들이 최신 디지털 도구를 채택해 피해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자금을 편취하는 방식이 더욱 고도화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출현은 사기범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가져다주었다. 자연스러운 문체의 사기 메시지 제작, 다국어 지원, 동시에 여러 대화 처리 등이 가능해지면서 범죄의 성공률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딥페이크 음성과 가짜 이미지 제작, 목소리 클로닝 등의 기술 도입이 사기 행위를 더욱 정교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SNS를 통해 연인을 가장해 감정적 유대감을 쌓은 후 신뢰가 생기면, 고액의 투자 기회나 허위 세금 청구 등의 범죄로 이어지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단계형 접근법’은 적은 수의 피해자에게서도 대규모의 자금을 빼앗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신기술을 이용한 사기 조직들은 일종의 기업처럼 운영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객 응대 직원, 마케팅 담당자까지 내부에 존재한다. 그들은 기존에 만든 스크립트와 도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범죄를 실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AI 메신저 키트’나 ‘피싱 킷’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중반 이후부터는 딥페이크 화상 회의를 통한 해킹 사례도 급증했다. 암호화폐 기업의 직원들에게 일반적인 Zoom 미팅을 가장해 접근하고, 화면에는 AI로 만들어낸 가짜 얼굴을 띄운 후, ‘업데이트를 위한 패치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패치 파일은 악성 코드로 밝혀져 있으며, 북한 연계 해커 조직과 관련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사기 수법은 더욱 그럴듯하게 변모하고 있다. 2026년 1월 말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8만 8000달러에서 9만 달러(약 1억 2,649만~1억 2,932만 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기대감이 수익 가능성이 높은 투자로 인식되면서 사기 범죄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2025년 기준 스캠(사기) 관련 지갑 주소에서 확인된 자금이 약 350억 달러(약 50조 2,900억 원)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년에 비해 소폭 감소한 수치라고 전했다. 2024년에는 380억 달러에 달했던 반면, 전체 불법 자금 유입 규모는 과거보다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제재 회피, 제로데이 해킹, 랜섬웨어 등 다양한 수법이 전체 범죄 총량을 확대하고 있다.
TRM랩스는 “AI를 이용한 사기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기존의 단순한 조언이나 필터링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은 사기의 여부를 즉시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메시지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암호화폐의 채택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기술을 악용한 범죄 역시 진화하고 있어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하여 보다 정교한 사기 예측 및 탐지 모델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