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애플 등 기술 기업들의 자본 유치를 위해 현지 투자 및 제조 요구사항을 설정한 정책들이 장기적인 이익을 거두기에는 부족하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현지 콘텐츠 정책'(TKDN)에 따르면, 애플은 일정량 이상의 현지 부품을 투자하거나 조달하지 않는 이상 최신 아이폰 모델을 판매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애플의 인도네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애플의 1억 달러 규모의 제안을 거부하고 10억 달러의 휴대폰 부품 생산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태양광 패널부터 전기차까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며, 현지 산업을 보호하고 가치를 더하는 공급망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정책이 인도네시아가 기술 공급망 유치에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CELIOS의 부이마 유디스티라 아드히네가라 대표는 “이 정책은 사실상 준 보호무역주의로, 수입 제품으로부터의 보호보다는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인도네시아에서의 성장 기회가 충분하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위한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등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러나 정부는 애플의 공급망과 제조 시설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인구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에게 인도네시아 시장은 시장 점유율이 적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유력이 있는 소비자가 적어 큰 관심을 두기 어려운 시장으로 여겨진다. 애플의 시장 가치 하나가 인도네시아의 총 국내 생산(GDP)보다 높다는 점도 이러한 상황을 부각시킨다.
경제학자들은 인도네시아의 보호무역 정책이 애플과 같은 대기업들을 오히려 추방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Yessi Vadila 경제연구소의 무역 전문가는 현지 콘텐츠 요구사항이 과거에 생산비 증가와 수출 경쟁력 감소, 생산성 손실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음을 지적하며, 더 이상의 성장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는 단순히 큰 시장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인프라 구축, 인적 자원 개발,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이러한 점에서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베트남은 투자 유인책과 일관된 정책으로 애플과 같은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할 경우 중국에 대한 관세 강화가 예상되며, 이는 한국과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들에게 제조업 유치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를 기회로 삼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그러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