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역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상 전문가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형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무역위원회의 인력 숫자가 미국이나 유럽연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무역위원회의 인력은 44명으로, 미국의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각각 300명과 190명, 유럽연합은 130명에 달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차별성이 무역 분쟁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킨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 한국 무역위원회를 방문한 기업들의 수는 1989년 이후 최대인 25건에 달하며, 이러한 현상은 중국 발 저가 밀어내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철강 및 석유화학 업계에서 특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들은 신속한 무역 조치와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현재 한국의 통상 담당 공무원들은 자주 순환보직을 하며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렵다”며 “통상 업무가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특정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계적 환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과잉도 중요한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전 세계 철강 산업의 과잉 설비율은 41.8%에 이르고, 화학 산업도 25.4%의 과잉 설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과잉 공급은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위원장은 한국에 저가 제품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차전지와 바이오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국내외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특허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 무역위원회가 무역 상대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모든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되며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무역위의 조사와 결정 과정에서는 국내법 해석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WTO의 룰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무역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경우, 더 심각한 무역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형 위원장은 국제통상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는 전문가로서, 다양한 FTA 협상 및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통상 현안에 대한 정책 자문을 맡아오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현재의 무역위원장직을 맡게 된 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한 사건 한 사건이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