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는 달러당 원화값이 1464원까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기대 이상의 모멘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악화된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 리스크, 내수 침체, 엔화 약세, 외화부채 등의 다수 악재가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46% 상승한 2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기아 주가는 2.29% 상승한 10만2900원을 기록했다. 높은 배당률에도 불구하고 이날 현대차의 우선주와 현대차2우B는 각각 1.77%, 1.4%의 증가에 그쳐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매출 중 북미 비중이 높아,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이익이 증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의 매출 가운데 북미 비중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45%로 예상되며, 기아는 올해 44%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원 내리면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2800억원, 기아의 영업이익은 2200억원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익 구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박스권에서 움직였고, 현대차 우선주 주가는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9월 26일에는 현대차 주가가 25만900원까지 오르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강조되면서 주가가 21만원까지 하락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내세운 보편 관세를 주장해왔고, 이는 현대차의 내수 판매가 작년에 비해 18%, 수출이 5% 감소하는 등의 충격을 가져왔다.
또한 최근 엔화의 동반 약세도 원화 약세의 효과를 희석시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과 북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까지 하락하면 원화가 약세라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3개월 간 엔화는 달러에 대해 2% 하락했으며, 이 시기에 도요타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원화가 급락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보증 충당부채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이다. 이들 두 회사의 충당부채의 70~80%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라 충당부채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하나증권의 송선재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달러당 원화값이 1320원에서 1450원으로 급등할 경우, 충당부채 비용은 현대차가 5730억원, 기아가 494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충당부채가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실제 현금 흐름에는 큰 영향이 없고 현재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저평가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2배, 기아는 3.9배로 글로벌 제조사들 중에서 최저 수준이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8.8배이며 BMW는 6배에 달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주주환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현대차의 기대배당수익률은 5.6%, 기아는 6.6%에 달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현재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제약받고 있으며, 고환율의 긍정적인 효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악재가 지속될 경우 향후 주가는 더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