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에서의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증시 진입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나, 불투명한 시장 전망 속에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차전지 공정용 소재 기업인 대진첨단소재가 코스닥 상장 절차에 나섰으며, 이를 통해 약 327억에서 39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진첨단소재는 배터리 셀 이물질 방지, 정전기 관리 및 화재 방지에 필수적인 대전방지 부품을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으며, 자금은 북미법인 생산시설 증축에 집중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이차전지 검사장비 기업인 피아이이도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2018년에 설립된 피아이이는 공정별 불량을 판별하는 영상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 3분기까지 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해에는 하나금융 스팩과의 합병 상장 계획이 무산된 이후, 이번에는 직상장 방식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4000억원에서 2723억원으로 낮추는 등 고평가 논란이 여전하다.
이차전지 전극공정 기업인 케이지에이도 한국거래소로부터 삼성SPAC와의 합병 상장 승인을 받았다. 케이지에이는 배터리 용량과 수명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극공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으며, 상장을 통해 대규모 발주에 대응할 생산 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LS그룹의 전기차 충전소 자회사인 LS이링크는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4개월 만에 상장 계획을 철회하였다. LS이링크는 지난해 277억원의 매출과 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여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상장 후 1조원의 기업 가치를 목표로 하였던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분야의 첫 상장을 노리는 만큼 유사 기업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올해 들어 주요 이차전지 밸류체인 실적에 부정적인 요소가 나타나고 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과 유럽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신영증권의 박진수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의 속도를 늦추고 단기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산업 방향성은 유지되지만 중저가 신차 전기차 제품군의 확장과 캐즘 극복까지는 약 2년의 공백이 예상된다”고 전망하였다.
결국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통해 설비 확충을 도모하고 있으나, 업황의 불투명성과 목표한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