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주요 기술주들이 급히 하락함에 따라,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500달러 가까이 상승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현재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하면서 관련 ELS들이 대거 원금 손실 위험 구간에 진입하게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400달러 수준에서 유지되었을 때, 해당 시기에 녹인 구간에 들어선 ELS 상품이 9개에 달하며, 이들 상품의 발행 규모는 총 59억원에 이른다. ELS 상품은 발행 시 설정한 일정 수준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하는 구조이며, 테슬라의 경우 현재 310~330달러 구간인 녹인 기준으로 75~80%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비슷한 기간 동안 엔비디아의 주가도 고점인 149달러에서 급락하여 118달러를 기록하며, ELS 상품 중 4개는 손실 구간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또한 발행 규모는 14억원에 달하며,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월 6일과 비교해 36%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한 ELS 상품은 테슬라가 73.61달러, 엔비디아가 206.19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 구간에 들어간다는 조건을 갖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테슬라의 주가가 20달러 떨어지면 녹인 구간에 접어들고, 엔비디아는 30달러 이상 하락할 경우 손실 구간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간 ELS는 실물 주식을 제공함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만기가 오는 6월과 7월에 다다르면 손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손실 구간 이하로 주가가 더욱 하락하게 되면, 인도되는 주식 규모가 줄어들면서 실제로 투자자들이 받은 원금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주가가 세 달 내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 총 손실 규모가 원금의 40%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과 다른 나라 간의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뒷받침하는 예산 결의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지 않는 한 주식 시장의 흐름은 어렵게 바뀔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 대한 중국과 유럽의 보복 조치, 그리고 미국의 통화 정책이 완화되지 않을 가능성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황수욱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약세가 일주일에서 최대 두 달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며,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풀어가느냐가 증시 반등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