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서 국회의 졸속 결정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이미 상임위원회에서 1조4000억 원가량 증액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지역 사업 위주의 선심성 예산이 다수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을 산불, 통상, 인공지능(AI), 민생 지원 등 긴급한 상황에 필요한 예산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하며 ‘필수추경’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또한, 국회에서 발생하는 증액 요구를 적극 수용할 의향을 밝혔는데, 이는 경기의 급속한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형식적으로 민생을 위한 예산 증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지역 발전을 위한 선심성 사업이 대거 포함되면서 심사가 소홀히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각 상임위원회의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사업이 추가되고 있으며, 특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대규모 지역 사업 예산의 반영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산하 사업 중 전기요금 보전과 같은 신규 사업이 무분별하게 증액되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또한 2시간 만에 5371억 원을 증액처리하는 등 과도한 예산 증가가 관찰되고 있다.
양 위원회의 심사는 속기록에 따르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끝났고, 심사 과정 없이 예산 증액이 이루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농해수위에서는 7388억 원을 증액하였고, 과방위는 하루에 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증액했다. 이는 1분당 각각 33억 원, 41억 원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문적인 심사가 필요한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불과 두 시간만에 큰 금액이 증액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부총리도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며, 추경 규모를 더 늘릴 경우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 평가 우려를 나타냈다. 예를 들어,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인 박정 의원은 “이번 추경 규모가 12조 원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경기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한국의 인공지능 분야 예산도 미국과 중국의 투자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더 많은 증액 가능성에 대해 시사했다.
국회의 이처럼 신속하고 대량의 예산 증액은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올바른 재정 운영을 위해 보다 세심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의 예산 심사가 더 이상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감시가 필요하며,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예산 집행 체계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