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체계 마련에 나선 반면, 금융 선진국들은 이미 그 기초를 다져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을 확대하는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정부 시기부터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보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입법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 상원의 ‘지니어스(GENIUS)’ 법안과 하원의 ‘스테이블(STABLE)’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의 기본 틀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해외 사업자들에게 미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또한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통해 유로(Euro)가 아닌 달러와 같은 외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역내 지급결제시장에서 외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두드러지며, 이에 따라 EU는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는 유로화 스테이블코인 EURR 발행사와 전략적 투자를 하며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의 스테이블코인 발전을 위해 외국 기업에게 문을 열었다. 올해 3월, 두 번째로 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은 일본 금융 대기업 SBI와 협력하여 가상화폐 거래소 SBI VC 트레이드에서 USDC를 출시하였다.
반면, 한국은 이제야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설계에 착수한 상태다. 김성아 L2IV 벤처캐피탈 파트너는 “사업자에게는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상황은 ‘도로는 있지만 선과 신호등이 없다는 비유’로 설명했다. 서은숙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다음 정부가 대통령 직속의 가상자산 특위 구성해 디지털 자산을 정책 우선순위에 놓고 범부처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또한 ‘2024년 지급결제 보고서’를 발표하며 스테이블코인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보고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수단으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법정통화를 대체할 경우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규제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향후 가상자산위원회 등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하여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시기에 직면한 가운데, 외국에서는 이미 규제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의 바람직한 지급 결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한국이 보다 신속한 입법과 정책 마련에 나설 필요성이 강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