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대 국회 개원이후 발의된 법안의 30.5%가 규제 법안으로 집계되면서 국회 내의 규제 입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발의된 총 9267건의 법안 중 2830건이 규제 법안이다. 이에 따라 매주 60건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규제 법안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우려를 안기고 있다.
이러한 법안들 중에는 실효성과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초래하는 황당한 법안들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차장법’은 국가 지원을 받아 80대 이상의 대규모 주차장을 설치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주차장의 개별적인 특성 및 설치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이용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재활용촉진법’은 국립묘지와 공설묘지에서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환경 보호를 목표로 하지만, 이 법안이 시행되면 조화 제조업체와 소상공인에게 갑작스러운 수요 감소를 초래해 영세 생산 기반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더불어,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제안한 ‘학교폭력예방법’은 모든 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대전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피살 사건 이후 학교 안전에 대한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추진된 법안이지만, 이미 긴급출동과 같은 경찰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만큼,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은 정부 입법과 달리 규제영향분석을 받지 않으며 ‘패스트트랙’ 절차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칫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소지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2만5608건의 법안 중 97%인 2만4785건이 의원 입법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국민의 목소리보다는 정치적 니즈에 의해 부적절하게 형성된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규제학회장인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의원들이 충분한 고려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과잉 규제가 양산되고 있다”며 “의원 입법도 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규제 법안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