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해외 M&A 활발, 한국 기업은 구조조정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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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저금리 환경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자금 조달 및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 반도체 설계사 암페어컴퓨팅을 65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차세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또한 일본 생명보험사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이 해외 보험 시장 진출을 위해 23억 달러에 리걸앤제너럴의 보험 사업부를 인수한 사례도 있다.

최근 일본 M&A 시장은 구조적인 매물 공급과 저가 매수 사이클 형성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상호 출자 해소를 주문하고 주주행동주의를 촉진시키며 매물로 나올 저수익 사업과 고수익 사업의 수를 늘리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일본 중소기업 경영자들 중 가장 높은 연령대인 65~69세가 많아 승계형 매물이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있다.

매수자 측면에서는 일본의 기준금리가 0.5%로 레버리지를 활용하기에 유리한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사업 승계와 구조조정 M&A를 장려하기 위해 여러 세제 및 융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조기 성사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청의 승계 M&A 지원센터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성사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일본 기업들은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M&A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차입 비용과 정책 환경이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거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로 일본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더군다나, 대미 관세 리스크가 기업 실적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으며, 상법 등 급격한 규제 변화는 M&A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관계자는 “한국은 규제 변화가 예측하기 어려운 반면, 일본은 규제 변화 속도가 느려 예측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해외 M&A 거래 규모는 2021년 137억 달러에서 지난해 69억 달러로 감소하며 위축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삼성전자의 플랙트그룹 인수, 크래프톤의 일본 광고사 ADK 홀딩스 인수를 제외하면 크로스보더 ‘빅딜’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과거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같은 대규모 거래가 있었던 시기와 큰 대조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크로스보더 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기술 확보와 고부가가치 제품군 확대를 위한 전략적 M&A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자금 조달 및 정책 안정화를 통해 보다 능동적인 M&A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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