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올해 약 8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 투자한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을 갚고, SK온의 사업 확장에 필요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자금 조달로 SK온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안정적인 운영 체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번 자금 조달은 회사 전체적으로 5조7000억원, SK온이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서 3000억원을 포함한다. 자금 조달 방식으로는 제3자 유상증자와 영구채가 사용되며, SK온과 SKIET가 조달하는 2조3000억원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지급보증을 약속했다.
주목할 점은 ‘투자자 갈아끼우기’를 통해 기존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전환우선주(CPS)를 3조5880억원에 매입할 예정이다. 2022~2023년 동안 SK온은 해외 컨소시엄과 국내 투자자로부터 약 2조8000억원을 유치했지만, 예상 외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상장이 어려워지면서, SK온의 기업가치도 정체를 겪고 있다.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은 기존 투자자들과의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IRR 10% 수준으로 보상할 예정이다. 그 대신 메리츠증권이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주요 투자자로 유치되어 약 5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더 낮은 수익률을 보장하면서도 재무 부담을 줄이게 된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5조원 중 2조원을 PRS 형식으로 SK온에 제공하며, 이 중 일부는 선순위와 후순위로 구분되어 각각 4.3%와 7% 금리로 구조화되었다. IB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투자 조건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SK온의 재무 안정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발표 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장 마감 이후 7% 상승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추가로 SK E&S LNG 발전사업부를 담보로 3조원을 더 조달할 계획이다. 그러나 IB업계에서는 이러한 재무 조치가 SK E&S의 핵심 자산이 투자자의 담보로 잡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SK온의 성과가 향후 투자 조건을 이행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며,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루어지더라도 경영 성과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는 재무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실적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SK E&S의 사업부를 잃을 위험이 존재하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