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돌로미티에서 조난당한 60대 영국인 등산객이 약 1만4225유로, 우리돈으로 약 2200만원에 달하는 구조 비용을 청구받게 되었다. 이는 경고 표지판과 차단 울타리를 무시하고 위험 지역에 무단 진입한 후 조난돼 구조를 요청한 결과로 알려졌다.
해당 영국인 남성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헬기 2대와 12명 이상의 구조 인력이 투입되었으며, 비용은 전액 본인 부담으로 결정됐다. 같은 지역에서 일주일 전 구조된 두 명의 벨기에 등산객은 유럽연합(EU) 시민이어서 비교적 적은 비용이 청구됐지만, 영국이 2020년 EU를 탈퇴한 이후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탈리아 산악·동물 구조대인 CNSAS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날씨, 즉 갑작스러운 눈보라 및 산사태와 폭우 등으로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실제로 6월 21일부터 7월 23일 사이에 돌로미티와 알프스 산맥에서 80명이 등산 중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더불어 지난해에 비해 구조 요청 건수가 20% 급증하였고, 그에 따라 일부 위험한 등산 코스는 폐쇄 조치가 이루어졌다.
CNSAS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당 지역의 경고 표지판은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로 명확하게 폐쇄 사실이 암시되고 있지만 등산객은 이를 무시했다”며, “다른 등산객들이 위험하니 돌아가자고 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더 많은 진입로를 폐쇄한 결정은 “등산객뿐만 아니라 구조대원과 헬기 구조 대원, 도보 팀 등 모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주세페 달 벤 이탈리아 돌로미티 지역 보건당국 국장은 “이번 사건은 많은 반성을 요구한다”며 “구조 헬기는 택시가 아니며, 열악한 환경에서 시간에 민감한 작전으로 필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무모한 등산이 실제로 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봄철 등산의 즐거움을 넘어,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등산객들은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