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율 관세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16조원 손실, 피해는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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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익 악화가 현실로 드러났다. 특히 현대차와 도요타를 포함한 주요 제조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매출 타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지난 2분기 동안 118억 달러, 한화 약 16조4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손실은 단순히 보상 조치가 미비한 탓인데, 각 제조사들은 생산 기지 이전이나 가격 인상으로 관세 부담을 상쇄하려고 하지만, 이를 단기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WSJ는 “이런 손실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며 업계의 우려를 전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은 도요타로, 2분기 영업이익이 30억 달러(약 4조2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뒤를 이어 폭스바겐, GM, 포드, 혼다, BMW, 현대차, 기아, 마쓰다, 닛산 등이 손실 순위에 위치해 있으며, 현대차그룹의 경우 관세 피해액이 11억7000만 달러(한화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제외한 상위 10개 자동차 제조사들이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약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러한 관세 충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요타는 2025년 3월 종료되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누적 관세 손실이 95억 달러(약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연간 순이익은 44%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이나 미국 내 생산 이전이라는 일반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를 단기간에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다. WSJ 보도에 따르면, 가격 인상과 생산 이전 모두 즉각적인 실행이 어려운 만큼,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년간 높은 관세 부담을 지속적으로 감당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필립 후쇼아는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서의 불쾌한 언급을 피하려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으나, 제조회사들이 실제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기로 결정할 경우, 이는 관세 회피보다는 국내 시장의 높은 수요에 기반 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본적으로 미국 내 생산을 늘려왔으며, 관세가 없었더라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는 동일한 모델을 여러 공장에서 중복으로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관세만을 피하기 위한 생산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는 애초부터 준비된 미국 내 생산 확대의 일환이다.

WSJ는 이런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자동차 제조사들의 ‘현지 생산 전략’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북미, 유럽, 중국이라는 주요 자동차 시장은 규제, 기술 표준, 소비자 선호도가 각기 다른 추세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각 시장에 맞춰 설계 및 생산하는 ‘지역화 전략(local-for-local)’을 강화하고 있다. 볼보자동차의 CEO인 하칸 사무엘손은 “글로벌화와 단일 차량 시대가 저물고, 우리는 더욱 지역화된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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