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도쿄도와 기타 지방자치단체들은 재난 발생 시 물과 전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하여 비상식량을 준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비상식량, 소위 ‘방재식’은 주로 물과 열을 이용해 조리할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이나 통조림으로 구성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감자칩과 같은 과자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내 방재용품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방재용품은 재난 발생 시 최소 수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생필품과 식량을 포함하며, 유통기한이 25년 이상인 제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과자, 특히 짠맛 감자칩은 그 유 통기한이 5~6개월에 불과하지만, 감자칩이 재난 상황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확인되면서 방재식량의 일부로 포함되기 시작했다.
도쿄도가 2021년 실시한 방재 훈련에서는 유명 감자칩 제조사인 코이케야와 협력해 방재식 감자칩을 개발하고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시범을 보였다. 이 감자칩은 김 소금 맛으로, 도쿄가세이 대학교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감자, 기름, 소금의 조합이 에너지 보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와 함께 방재식 과자의 종류와 형태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의 양갱 제조사 이무라야는 유통기한이 5년 6개월인 초콜릿 팥 양갱을 개발하여 시장에 출시하였으며, 포장 디자인에서도 혁신을 꾀했다. 어둠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야광 스티커를 붙인 점이 인상적이다. 비스코라는 유명 비스킷도 통조림 형태로 방재식으로 판매되며, 10년 이상의 유통기한을 자랑한다.
일본의 방재식량 선택에는 실제적인 이유가 뒀다. 기존의 방재식은 조리 과정에서 물과 열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전기, 가스, 수돗물 등의 공급이 중단될 것이다. 이런 예측 속에서 방재 식량은 ‘어떤 환경에서도 직접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되며, 수분 사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재난 대비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결국, 일본의 과자 방재식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존 대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은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재난에 대비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발전시키고 있다. 과자는 단순한 간식이 아닌, 생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필요한 중요한 자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