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스위스 제약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제약 대기업인 로슈와 노바티스에 대해 미국 내 판매량의 100%를 현지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부터 스위스산 수입품에 39%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으며, 향후 의약품에 대해서도 품목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세웠다. 1년 후에는 150%, 그리고 그 이후에는 무려 250%로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러한 조치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미국 내 약값을 다른 선진국이 지불하는 약값 중 최저 수준으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로슈는 미국의 의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대폭적인 생산량 확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추가 물량은 다른 국가에 수출할 예정이다. 노바티스 역시 주요 제품의 100%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정책을 확립했다. 그러나 연구 및 개발 관련 인력은 스위스에 두기로 결정했다. 이 두 회사는 이미 미국 내에 자회사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예전에 트럼프 측의 관세 위협이 본격화 되자, 로슈는 500억 달러(약 70조 원)를, 노바티스는 230억 달러(약 32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스위스에는 의약품과 관련된 산업이 중요하다. 이들은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며, 2023년 스위스의 대미 수출 중 의약품, 비타민, 진단도구의 비중은 57%에 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결정은 스위스 제약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른 스위스 기업들도 미국 내 이전을 고려하게 되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입소메드와 커피 머신을 공급하는 써모플랜은 미국 생산시설로의 이전이나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항공기 생산 기업인 필라투스는 이미 미국으로의 수출을 중단했으며, 추가적인 현지 공장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위스 경제는 이러한 고율 관세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위스 GDP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최대 1%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로슈와 노바티스 경영진과의 위기 대응 회의를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 속에서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한 미국 의원들은 고율 관세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을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스위스 연방의회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공영방송 SRF에 “우리가 왜 이와 같은 주목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스위스와 미국 간의 무역적자 해소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의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해 385억 달러에 달하는 등, 복잡한 무역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