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러시아 기반의 가상화폐 거래소 ‘가란텍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주요 인물에 대해 최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제시했다.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국제 불법 자금 흐름 차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8월 14일, 가란텍스 및 그 후속 조직인 ‘그리넥스’를 제재 명단에 포함시키는 한편,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임원 3명, 그리고 관련 기업 6곳도 함께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미 국무부는 가란텍스의 실질적인 운영자 알렉산드르 미라 세르다에 대해 체포와 유죄 판결에 관한 정보에 대해 최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란텍스의 다른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는 각각 최대 100만 달러의 보상이 책정되었다.
가란텍스는 2019년 말 설립되어 에스토니아에 등록된 뒤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주요 운영 거점으로 삼았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 거래소는 2025년 3월까지 최소 960억 달러의 가상화폐 거래를 처리했으며, 그 중 1억 달러 이상이 다크웹 활동에 연루된 해커 조직이나 랜섬웨어 그룹과 관련된 거래로 확인되었다. 특히, 가란텍스는 불법 자금 세탁의 경로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았고,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 이동에도 사용된 바 있어 미국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서방 정부는 불법 자금 세탁이 핵무기 개발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망을 통한 제재의 실행은 경제적 압박을 넘어 지정학적 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이번 제재 조치는 단순한 경제적 조치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미국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이뤄져 정치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미·러 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휴전 논의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미국 측이 이 같은 제재 조치를 회담 직전 러시아에게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회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와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국제 금융 질서 통제가 더욱 강화될 신호로 이해된다. 자금세탁 방지를 명목으로 한 범국가적 제재의 확대가 이어진다면, 전 세계 가상자산 산업에 미치는 제도적 충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