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더욱 불리한 세금 제도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연간 최대 4만 스위스프랑, 한화로 약 6955만원에 달하는 추가 세금을 요구받고 있어, 세금 회피를 위해 ‘세금 이혼’ 또는 혼인신고 없이 결혼식만 하는 ‘가짜 결혼’ 등의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스위스 연방 회의는 공동 과세 대신 개인별 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개별 과세’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101대 95로 매우 근소한 차이로 이뤄졌다. 이 개혁안은 오직 연방세에 적용되며, 해당 정부는 이를 통해 약 6만명의 추가 노동시장 진입과 국내총생산(GDP) 1%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확대가 주요 목적 중 하나로, 스위스 여성의 고용률은 현재 80%를 넘지만 정규직 비율은 OECD 최저 수준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 개혁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업계와 보수 진영은 연방 및 주 차원에서 연간 10억 스위스프랑, 한화 약 1조7388억원의 세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스위스국민당(SVP), 중앙당 및 복음주의 정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행정 부담이 증가하고 단일 소득 가구에게 불이익을 주는 ‘관료주의적 괴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제도 유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100일 이내에 5만명의 서명을 모아야 하며, 이를 실패하더라도 최소 8개 주는 헌법 규정을 활용해 국민투표를 강제할 수 있다.
한편, 1984년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기혼자와 미혼자 간의 불평등한 세제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유사한 개혁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제도 변화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렇게 스위스의 맞벌이 부부가 직면한 세금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부담을 넘어 사회적 논쟁을 야기하고 있으며, 향후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